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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신

금송(천안) 2014. 8. 2. 14:56
'장사의 신 실천편' 책 사진

장사의 신 실천편

우노 다카시 지음 | 김영주 옮김
쌤앤파커스 | 248쪽 | 1만5000원

스티브 잡스는 직관(直觀)을 따랐을 뿐이라고 했다. 파울로 코엘료는 간절히 꿈꾸면 반드시 이뤄진다고 했다. 수능 만점자는 공부가 제일 쉬웠다고 했다. 그렇게 간단한데 도대체 왜 장사는 했다 하면 망하는가.

일본 이자카야(선술집)계의 전설로 불리는 우노 다카시의 이 책도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채소 가게에서 50엔에 사온 토마토를 냉장고에 넣었다가 잘라서 내놓기만 하면 300엔을 받을 수 있는 게 우리 장사잖아. 같은 가게라도 옷 가게와는 달라. 우리 가게에 들어온 손님은 반드시 물건을 사준다고. 이 장사는 망할 리가 없는 거야."

토마토를 차게 해서 썰기만 하면 6배로 팔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음식점은 국내 신규 창업의 31%를 차지한다. 그런데 그중 94.3%가 폐업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다카시는 베스트셀러 '장사의 신(神)' 속편 격인 이 책에서 "가게가 망하는 원인은 반드시 가게 안에 있다"고 잘라 말한다.

다카시는 1978년 '라쿠 코퍼레이션'을 창립하며 일본 이자카야계에 등장했다. 그가 도쿄에서 직접 운영하는 이자카야가 17곳. 한 해 매출은 2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5평짜리 지하 선술집에서 술장사를 시작한 그가 사장으로 독립시켜 내보낸 직원만 300명에 이른다. 그의 직원들 중 '요리사'는 아무도 없다. 그조차 조리사 면허증이 없다. 이자카야는 맛으로 승부하는 장사가 아니라 사람으로 승부하는 장사라는 것이다.

우노 다카시 사진
우노 다카시는 “이자카야는 맛으로 승부하는 장사가 아니라 사람으로 승부하는 장사”라며 “술집은 주인의 인생을 파는 곳”이라고 말한다. /쌤앤파커스 제공
그가 뽑은 직원들 중엔 "새우 머리 따놓으라"고 했더니 머리만 남기고 모조리 버린 친구도 있었다. 요리사 출신 직원이 들어와 국물 우려낼 가다랑어 포를 다듬자 그는 "우리 가게에서는 뜨거운 물에 조미료를 넣어 국물을 만든다"고 말한다. 다카시는 "이자카야는 손님이 놀러 오는 곳, 즐겁게 먹고 마시고 싶은 곳"이라며 대표 메뉴 몇 가지만 잘하면 음식은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술집은 주인의 인생을 파는 곳"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다카시의 가게들은 전철역 앞 목 좋은 건물에 있지 않다. 역에서 2~3분 걸어야 갈 수 있는 뒷골목에 있다. 추운 겨울 밤거리를 걸어온 손님에게 그는 따뜻한 국물을 내밀며 주문을 받는다. "추운 날씨는 단골을 만들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손님이 알아서 찾아오는 번화가에서 가게를 한다면, 독립에 필요한 것들은 하나도 배울 수 없다"고 한다. 대신 한 번 온 손님은 반드시 다시 오게끔 해야 한다. 아무리 손님을 불러모아도 다음에 오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새 손님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님이 오는 것보다 어떤 기분으로 돌아가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한다. 주변에 대기업 체인점이 생긴다면 위기는커녕 고마운 일이다. "그 덕에 주변에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느냐"는 게 다카시의 생각이다. 성공한 모든 사람의 원칙은 단순해 보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단순하다. 다만 남이 가지 않는 길이기에 낯설고 두렵다.

백화점 반찬 코너에서 메뉴를 배워라, 청소를 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바뀐다, 손글씨로 쓴 추천 메뉴를 준비하라, 손님 이름을 외워라, 여자 손님에게 작업 걸지 말고 손님이 작업 거는 주인이 돼라…. 선술집 운영에 대한 소소한 힌트들도 곳곳에 있다.

결국 이 책은 장사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책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해보고 싶다'와 '하겠다'는 하늘과 땅 차이야. '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다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져." 또 덧붙인다. "가장 중요한 건 웃음을 잃지 않는 일이야. 이건 전혀 어려운 게 아니잖아. 누구라도 할 수 있어." 글쎄, 그게 어렵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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