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메이커' 쓴 뤼크 드 브라방데르 교수의 '상자 밖으로 나가는 방법'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혁신 이루려면, '틀'이 없으면 사고 자체를 못하는 우리
익숙한 '상자'에만 갇혀 있지 말고 새로운 틀 검증·선택 행위 반복해야
평소 사고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라, '달콤한 슬픔' '경직된 유연성' 등
양립할 수 없는 단어 조합 훈련이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로 연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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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방데르 교수./드 브라방데르 제공
'아이디어 메이커(Thinking in new boxes)'란 책을 쓴 뤼크 드 브라방데르 교수는 "인간은 애당초 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존재"라고 그 이유를 말한다. "인간의 뇌는 복잡한 현상을 접하면 그것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익숙한 틀(상자)에 집어넣어 단순화시킵니다. 틀이 없다면 우리는 사고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혁신을 이루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벨기에 루뱅가톨릭대학 교수이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리사무소 수석 고문인 드 브라방데르 교수의 조언은 "상자를 옮겨 다니라"는 것이다. 그는 위클리비즈 인터뷰에서 "우리는 상자를 없앨 수는 없지만, 낡고 시대에 뒤떨어진 상자 대신 새로운 상자로 갈아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익숙한 틀에만 갇혀 있는 대신, 새로운 대안 틀들을 생각하고 검증해 보고, 그 중에서 자기 자신과 변화하는 상황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행위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자는 고정돼 있습니다. 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계속 변합니다. 현재 프랑스의 사회제도는 만들어진 지 60여년이나 됐어요. 60여년 전에 그건 훌륭한 제도였어요. 하지만 '지금도 그런가'를 따져보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으니까요.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가기 위해 우리는 안락하다고 느끼는 안전 지대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는 많은 기업에 비즈니스 혁신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실무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혁신 방법론을 개발해 왔다.
1. '신념 감사(beliefs audit)'를 시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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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점을 연필을 떼지 않고 네 개의 선을 그어 모두 연결하기 위해선 하나 이상이 선이 격자무늬 밖으로 나가야 한다. ‘파격’ 이란 이렇듯 정해진 틀(상자)을 벗어나는 것이다./청림출판 제공
상자 밖으로 나가기 힘든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두려움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사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에는 지옥에서 같은 방을 쓰는 세 남녀가 등장한다. 이들은 창문도, 탈출구도 없는 비좁은 방 안에 갇혀 탈출하기만 바란다. 막상 연극이 끝날 무렵, 세 사람은 탈출할 기회를 얻지만, 그토록 벗어나길 바랐던 방 안에 그대로 남기로 결정한다. 미지(未知)의 세계로 향하는 두려움 대신 고통스러운 익숙함을 택한 것이다.
상자 밖으로 나가는 첫 번째 단계는 따라서 자신이 상자에 갇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자신이 어떤 형태로든 감옥에 갇혀 있다고 느끼고, 감옥의 구체적인 형태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인지의 오류들을 이해하는 것이 도움 된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거꾸로 찍힌 남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이 누굴까' 질문할 경우, 많은 이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진을 뒤집어봐야 비로소 부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 사진에 대한 첫인상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미소를 짓는 부시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는 14세기 영국 논리학자 오컴의 이름을 딴 '오컴의 면도날 법칙'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원칙에 따르면,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 보통 가장 타당한 해결책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최선의 상자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 우리를 둘러싼 상자의 기능과 가치에 대해 의심해 봐야 합니다. A라는 상자가 지금도 유용하다고 여겨져도 '그래도 더 나은 선택이 없을까?'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꿀 순 없을까?' 하고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는 거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대신 모든 것을 한 번쯤 의심해 보라는 겁니다." 드 브라방데르 교수는 그 방법으로 '신념 감사(beliefs audit)'를 제안했다. 조직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신념이 타당한지 감사(監査)를 하듯 검증해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3자가 경영진을 상대로 광범위한 인터뷰를 하면 좋다. 회사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과 약속, 회사의 현재 경쟁 우위, 경영 환경의 핵심 위험, 미래에 대비하는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경영진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 회사가 사라지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향후 5년 안에 당신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을 당신 회사에서 일하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설득하겠는가?"
드 브라방데르 교수는 최근 유럽의 대형 에너지 회사를 상대로 신념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줄어들고 있는 원유 자원 문제를 조사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해온 나머지, 고객에게 최근 개발에 성공한 놀라운 대체 에너지 자원과 관련된 혁신을 충분히 알려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단기 수익성 유지에 몰두하다 연구개발 5개년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해 심각한 경쟁 위험을 초래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2. '만약~라면'이라고 질문하라
상자 밖으로 나가기 위해 드 브라방데르 교수가 추천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만약 ~라면'이라고 시작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에 사고를 열어두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면 뇌종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나온 뒤 미국인들이 모조리 휴대전화 사용을 중단하고 유선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게임 유저들이 위키피디아 제작과 같은 방식으로 직접 게임 제작에 나선다면?' '가스 가격이 지금보다 열 배 급등한다면?'
경쟁 기업에 대해서도 '만약 ~라면'이라는 가정을 해보라. 이를테면 앞으로 7년 뒤 지금 상상하지도 못한 산업에서 경쟁자가 출현했다고 상상해 보라. 예를 들어 당신 회사는 IT 회사인데, 갑자기 렌터카 업체인 허츠가 경쟁자로 등장했다고 치자. 혹은 당신이 애완동물 사료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가 경쟁자로 등장할 수도 있다.
1950년대에 세계 최초로 일회용 볼펜을 개발한 빅(BIC)의 경영진은 1970년대 초까지 '저가의 일회용 플라스틱 필기도구'라는 틀 속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볼펜별로 색깔을 다양하게 하고, 볼펜에 금속 장식을 넣는가 하면, 갖가지 로고를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
회사에선 브레인스토밍이 벌어졌다. 그때 빅의 한 임원이 '만약 우리가 일회용 볼펜 대신 일회용 라이터를 만들어 본다면?'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결과, 빅은 1973년 세계 최초로 일회용 라이터를 선보였고, 1975년엔 일회용 면도기를 출시해 일회용 면도기 시장에서 세계 2위 업체로 도약했다. 이 회사는 2008년엔 저렴한 선(先) 충전 휴대전화를 내놓는 등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어를 '필기'에서 '일회용'으로 바꾸는 관점의 전환이 가져온 큰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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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 속에 나타난 인물을 웃고 있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성급한 단순화의 틀에 사로잡혀 사진을 해석 한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선 당신을 둘러싼 수많은 상자 가운데서(그림 아래) 낡은 상자를 벗어나 새로운 상자를 찾아야 한다./청림출판 제공
많은 회사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잘 나오지 않는다. 드 브라방데르 교수는 효과적인 브레인스토밍 방법으로 '몸풀기 퀴즈'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이를테면 이런 문제를 낸다. '지구 둘레를 돌 만큼 긴 로프를 갖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로프가 너무 팽팽해 끊어질 것 같아 길이를 3m 더 늘렸다. 이어 세계 각지에서 균등하게 그것을 땅 위로 들어 올렸다. 이때 로프는 땅 위에서 얼마나 높이 올라갈까?" (대다수 사람은 로프가 땅 위로 불과 불과 몇 밀리미터 정도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길이를 3미터 늘이는 것만으로도 로프는 땅에서 50센티미터 가까이 올라갈 수 있다."
당신의 회사를 늘 쓰는 단어를 제외하고 새롭게 묘사해 보라고 질문해 보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은행 CEO가 이사회에서 '은행'이나 '금융', '돈' 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 회사를 묘사한다고 상상해 보라.
드 브라방데르 교수는 프랑스의 상파뉴 드 카스텔란이라는 샴페인 제조 회사의 임원 브레인스토밍 회의 때 '샴페인' '술' '음료수' 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 회사를 묘사해 보라고 요청했다. 생각지 못한 다양한 묘사가 등장했고, 임원들은 자기네 회사가 단순히 술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파티나 축하 행사에 큰 역할을 하는 회사임을 깨달았다. 이 훈련을 통해 임원들이 생각해 낸 마케팅 아이디어 중 하나는 샴페인 병을 운반하는 나무 상자를 주사위 놀이판 모양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파티에서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평소의 사고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서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단어를 함께 사용하는 '모순 어법'을 활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직된 유연성' '소리없는 아우성' '낡은 참신함' 혹은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처음 써서 유행어가 된 '달콤한 슬픔'이 모순 어법의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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