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때인가?
8월 언제 야생 토봉이 시골집 광에 있는 항아리로 들어왔습니다.
옛 어른들은 토종벌이 집에 들어오면 황소 세마리를 벌어주고 간다고, 영물이라 하였지요.
그때 당시에는 소가 재산목록 1호인 시기였으니, 축복받을 만한 일이었답니다.
토봉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부모님은 일단 라면 박스를 뒤집어 받아놓으셨다고 합니다.
자취집 주인댁으로 전화가 와서, 널판지 켜다가 집을 사각으로 만들어 주라고 했습니다.
환경에 예민한 토종벌이 다시 도거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던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토요일 집에 가보니, 토봉이들이 열심히 일을 합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봉이집 앞에 서너시간 쪼그려 앉아서 보고 또 보고,,,
다음해에는 분봉을 할 줄 알고 집도 지어놓고, 놓을 자리도 준비해 놓고,
여기저기 토봉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자 하였으나, 가르쳐 주는 분이 없더군요.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을 때도 아니고,,,,
토봉을 받은지 2년째,
토봉을 보러 주말마다 버스타고 시골로 갔습니다.
밤마다, 벌들이 천장에 날라 다니고, 공부도 안되고,,
분봉된 토봉을 수용, 안치하는 방법을 몰라, 여섯통중에 세통을 날려 보내고
지붕 공사한다고, 토봉을 바짝 붙여서 옮겨놓아 두통이 망실되고,,,
부모님들의 상실이 크셨지요,
운이 다 되었나보다고 한숨 쉬시고,
분봉은 하필이면, 농사철이 제일 바쁠때 나옵니다.
또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그 다음해 습득한 지식으로 몇통으로 늘렸지요.
분봉만 받으면 다 되는줄 알았는데,
옆집으로 날아간 토봉,,, 옆집에선 그게 우리 것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날아오는 방향이 반대라고,,,
설득하여, 1차 집결지는 살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까운 나뭇가지에 앉게 된다고,,
그 후로 옆집과 사이가 안좋아지고,
여름에 가보니, 양봉이 집을 들락거리고 있더군요.
같이 살려고 하는줄 알고 좋아했지요. ㅎㅎ
지금 생각해 보면 참으로 무식한 결과지요.
옆집에서 수수를 심어 꽃이 피면, 토봉때문에 수수가 결실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하네요. ㅎㅎ
자료 찾아서 설명, 설득하고,,,
가을에는 말벌때문에 작살나고,,,
동네 사람들은 수근덕거립니다.
다음해엔 양봉 도봉으로 인해 토봉이 전멸,,
무식의 결과에 대한 죄책감.
밤마다 벌이 날라 다니고, 자판이 벌로 보입니다.
양봉때문에 안되겠다 싶어, 양봉을 몇통 사다 놓았습니다.
2년 정도 기르다가 양봉도 죽고(이때 내부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고)
다음해 토봉 15통 입식 (부모님과 동네 분들한테는 눈치를 엄청 받고)
개량벌통도 50여통 구입,,,
이때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갑니다.
날리고 패대기치고 여왕벌 죽이고 안치율 높인다고, 암실에 보관하고, 보관하다가 삶아죽이고
규격1호에 대한 인공분봉 기술이 습득되었고,
변성왕대고 여왕벌도 만들고,,
모감주 나무 쉬나무 등 밀원수도 심었고,,
밀원수 심으려고 밭둑 등을 정리해 놓으면, 뽑아내고 작물들을 심으십니다. ㅎㅎ
그때만 해도 콩 등이 더 필요할 시기였으니,,,
이렇게 10여년이 지나니 이젠 토봉에 대해 이해하게 되더군요.
시기별로, 시간대별로,,, 내검해보지 않아도 벌통 내부도 예측이 가능하고
모카페에 올렸습니다.
난리가 났지요. 미쳤다고/벌받을 거라고
인공분봉 건도 그렇지만, 토봉의 변성왕대건은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모카페에서 일부 회원들의 집단 모욕감,,
내가 어렵게 습득한 기술을 알려주려는데,,, 그렇게 반발이 심할줄은 몰랐지요.
카페 활동을 잠시 접고,
선구자는 어렵고 힘들고 욕을 얻어먹을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도움을 줄수 있으면 그로써 족하면 된다는
모 선배의 말씀에, 기술적인 부분을 다시 올리기 시작,,
아직도 연세가 드신 분들은 토종벌을 좀 미신적인 면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첫분봉 나오면 정한수 한그릇 떠 놓으시네요.
예전에는 떡을 하셨지만,,,,
분봉, 조기 분봉, 분봉중 와아대 조성후 내가 원하는 날에 인공분봉, 도봉, 안치 도거, 말벌, 꿀 다량생산등 기술이 어느 정도 완성되니
이젠 꿀을 파는 게 장난이 아닙니다.
꿀값은 비싸고 신용이 아직 쌓이지 않아,
솔았다고 다 반품받고, 소위 말하는 탕꿀과 모양새가 똑같은데 어떻게 믿을수 있느냐,
설득하고, 설득하고, 그냥 주고,,
다시 10여년이 지나니 주문이 조금씩 증가합니다.
이젠 다락방에 있는 꿀까지 내 놓으라고들 하시네요.
이외에도 30여년 토종벌 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지요.
지금 되돌아 보면,
아마 토종벌과 가까이 있었으면, 그런 기술들이 개발되지 않았을 것이고
토종벌로 먹고 살려고 했으면, 이상보다는 현실적으로 갔을수도 있을 거라 생각이 드네요.
주말에만 혼자 관리해도 분봉 전 기준으로 200 여통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
올해는 300 여통 이상 증식하려고 합니다. 정 바쁘면 학원 한곳은 다른분께 맡기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이외에 초석잠 2천평, 돼지감자 600평, 매실 800평, 천마, 천문동, 삼채, 아로니아 등 500 여평
4천여평도 장비없이 주말에만 하려니,, 이게 이게 장난이 아닙니다. ㅠㅠ
아시다시피
토종벌이 95% 이상 전멸을 했습니다.
국가에서 토종벌 복원사업을 작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토종벌 육종 사업에 제가 올해부터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정부지원금보다 거래되는 토종벌값이 많이 비싸기는 합니다.
그래도 제 벌들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 농작물 생산및 생태계 유지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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