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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장학금 여기 다 있네

금송(천안) 2014. 12. 26. 11:58

몸짱 장학금, 건치(健齒) 장학금…

입력 : 2014.12.26 03:00 | 수정 : 2014.12.26 09:45

대학생이 만든 '드림스폰'… 7만여 학생들이 정기구독

지방 사립대 2학년생 홍모(21)씨는 지난 8월 말 2학기 등록을 앞두고 숨이 턱 막혔다. 등록금 382만원 중 교내 성적 장학금과 국가장학금으로 280만원을 냈지만 나머지 100여만원을 낼 여력이 없었기 때문. 할 수 없이 학자금대출을 받아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홍씨는 이달 말이면 대출을 모두 갚을 수 있게 됐다. 지난달 한 장학금 정보 제공 서비스를 통해 지방 장학재단에 장학금을 신청했는데 이달 초 선정된 것. "취업하고 빚을 갚겠다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이 서비스 덕에 빨리 빚을 갚을 수 있었어요."

대학생이 개발한 국내 최초 장학금 정보 제공 서비스 '드림스폰'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1월 페이스북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매달 5000~1만명씩 구독자가 늘어 현재 전국 대학생 7만2000명이 구독하고 있다. '살인 등록금'에 허덕이는 스튜던트 푸어들은 드림스폰을 '장학금 정보의 구글'로 부른다. 이곳에 소개된 장학금이 2600여개에 달하고 장학금 액수를 모두 합치면 4조원에 육박하기 때문. 덕분에 대학생들은 장학금을 찾으려고 더는 인터넷에서 헤매지 않아도 된다. 개발자인 경희대생 안성규(27·경영학과 4년)씨는 "신용카드 혜택도 모르면 못 받는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장학금 정보를 한곳에 모아놓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국내 최초 장학금 정보 제공 프로그램 ‘드림스폰’을 개발한 안성규(왼쪽 위)씨와 동료들. 이들이 만든 사이트는 전국 2600여개, 총액 4조원 규모의 각종 장학금 정보를 망라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안씨는 2008~2009년 경기도 한 군청에서 장학 지원 사업 담당으로 사회 복무를 하며 이 같은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군청에서는 매년 대학생 800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 장학금을 줬다. "군청에서 장학금을 준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그때 대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외 장학금 정보를 정리해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안씨는 소집해제 후 2년간 IT 기업에서 인턴을 하며 관련 지식을 쌓은 뒤 2012년 9월 같은 과 친구 두 명과 프로그램 제작에 착수했다. 학교 앞 커피숍에서 하루 10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몸짱 학생에게 잡지사가 주는 장학금' '건치 학생에게 치약회사가 주는 장학금' 등 전국에 숨은 장학금을 찾아냈다. 각종 단체·기업·기관이 주는 장학금 정보를 찾아 데이터베이스화(化)하는 데 1년 4개월이 걸렸다.

지난 1월 서비스를 시작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한 달 만에 구독자 수가 1만명을 넘었다. 현재 장학금 한 개당 2000~8000명이 드림스폰을 통해 신청한다. 많은 대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장학금을 찾아 금전적 어려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는 게 안씨의 가장 큰 보람이다. 안씨가 이 일을 사업으로 키울 수 있게 된 것은 부수적 혜택이다. 작년 창업 당시 5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8명으로 늘었고 올해 광고 매출은 3000만~4000만원으로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