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충봉아부패병이 농가에 심각한 타격을 준 지 3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 병은 농가들이 쉬쉬하는 가운데 빠르게 확산돼 토종벌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토종벌 농가들은 벌 치는 일을 접거나 업종을 전환했다. 멸종 위기에 내몰린 토종벌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대책을 알아본다.
◆농가 초토화=2007년쯤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낭충봉아부패병은 2010년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토종벌 농가를 ‘초토화’시켰다. 농가들은 치료약제 개발과 예방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개선은커녕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김춘일 (사)한국한봉협회 부회장은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현재 토종벌은 고작 1% 정도만 남았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9년까지만 해도 800군의 토종벌에서 연간 5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금은 3군만 남아 건질 게 없다고 말했다.
12년째 토종꿀을 생산해온 양승원씨(51·충남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공주토종벌연구회장)도 “5~6년 전만 해도 60여통의 토종벌을 길렀으나 지금은 12통만 남았고, 채밀이 가능한 것은 2통에 불과해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충북 옥천에서 토종벌 농사를 짓고 있는 오승환씨(53·군북면)는 “올해 90여통을 준비했는데 겨우 5통만 남았다. 6년 전 토종벌 농가로 성공하겠다며 무작정 귀농해 3년 전까지 150여통으로 늘린 것도 허사가 됐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한 피해액이 1700억원에 달한다며 지난해 1500여농가가 정부를 상대로 6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 현재 항소가 진행중이다. 농민들은 이대로 가면 토종벌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문제는=낭충봉아부패병은 사람으로 치면 심한 독감에 걸린 격이다. 독감 치료제가 없듯이 이 질병에 대한 치료제가 없다는 표현이 맞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만 대증요법으로 60~70% 약효가 있는 약제를 쓸 뿐이라는 것이다. 벌이 이 질병에 걸리면 일벌은 꿀을 따지 않고 애벌래는 100% 죽게 돼 세대가 끊기는 사태가 발생한다.
강승원 농림축산검역본부 박사는 “이 질병이 퍼진 베트남이 원상복구하는 데 20년이 걸렸다”며 “우리도 꿀벌을 되살리려면 소규모로 분양할 것이 아니라 청정한 외딴 곳에서 오랜 기간 실험을 한 후 안전성이 확보됐을 때 보급해야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은=농민들과 전문가들은 토종벌을 살리는 일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방법이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김점복씨(64·전북 장수군 장수읍 개정리)는 토종벌 100군 정도 키웠으나 거의 다 죽고 남은 몇 군마저 최근 질병이 생겨 토종꿀 채취는 아예 포기한 상태다. 현재 양봉으로 50% 업종을 전환했다는 그는 “양봉산업의 공익적 가치가 매우 큰 만큼 정부는 조기에 질병치료에 힘을 쏟고 밀원식물도 다양화해 농가들이 안심하고 벌을 키우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토종벌 박사’로 불리며 이 질병을 고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김대립씨(40·충북 청원군 낭성면 추정리)는 “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독립된 연구소를 만들어야 질병도 고치고 벌의 가치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개량벌통만 써도 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어느 정도 치료도 가능하다”면서 “정부는 아울러 토종벌 종 보전 육종·보급사업 등 다양한 대책을 세워가고 있다”고 밝혔다.
옥천=류호천, 공주=조동권, 장수=양승선, 최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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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송(천안)
2013. 10. 11. 15:10